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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편지

2013.01.18 22:46 from 안부메일



조금 늦은 새해 첫 메일 입니다.

모두 잘지내시는지요?
저는 일본 가고시마에 잘 도착하였습니다.
여기의 날씨는 아침과 오후는 이른봄 같고, 저녁은 늦가을 같은 날씨입니다.
바람만 불지않으면 살기 딱 좋은 날씨지요. 서울은 많이 춥다지요?
모쪼록 모두 건강했으면 합니다.

이제 삼일째 맞는 가고시마의 생활은 꽤 여유있습니다.
짧은 일본어지만 왠만한 일은 척척!? 해내고,
조금 어려웠던 체류카드 발급도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러니 제 걱정은 거두어 주세요.
힘들고 지치면 주저없이 가방을 싸서 돌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즐겁거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여기서 이렇게 메일로 알려드리겠습니다.

혹 제 메일이 원치 않는 메일이라면 스팸신고는 말고 수신거부도 말고
그냥 보통의 광고메일처럼 열지말고 휴지통에 버려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더많은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지만 타인의 시간을 너무 많이 뺏을까봐
가고시마의 생활은 아래에 키워드로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키워드를 보고 땡.기.는 이야기만 읽어주세요.
그리고 나머지 이야기는 시간나실때 읽어주세요.
아마도 재미날 겁니다.

그럼 아래 이야기 전에 미리 인사 드립니다.
생각보다 빨리 한국으로 돌아갈것 같기도하고 준비기간이 짧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사를 못드리고 왔는데…  
보고싶고 걱정되네요.
시원, 남정, 스밀라, 강철, 바닥, 바라(철모쓰), 박연희실장님, 진영선배,
그리구 나의 친구들 …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서는 꼭! 만나요 우리.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행복과 건강한 기운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1. 가고시마 자전거 산책

나는 여기에 있습니다. 지도에 표기된 빨간 부분입니다. 부산과 그다지 멀지 않고, 도쿄와는 조금 거리가 됩니다. 
예정대로라면 내일까지만 이곳에 머무를 생각이었지만 현금카드와 체류카드가 우편으로 열흘 뒤에나 오기때문에 
어쩔수 없이, 하는일 없이 이곳에 다다음주까지 머물기로 했습니다.

 



장기체류가 결정되니 해야하는 것들이 생겨납니다. 
머물고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자전거를 빌려 아침마다 자전거 산책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산책코스는 가고시마중앙역 옆에 위치한 숙소부터 좁은 바다와 사쿠라지마가 보이는 항구까지입니다. 
약 왕복1시간 20분정도 코스이고 중간에 고양이 여섯마리가 사는 공원에서 약 5분간 티타임도 있습니다.
오늘 아침 첫 산책을 하면서 느낀건데… 가고시마의 매력은 모든게 다 적당히 있다는 겁니다. 
차도 사람도, 나무도 바람도 햇볕도 넘치는게 없이, 없는것도 없이 적당히 활기차고 적당히 조용하게 자리잡고있는 도시. 
가고시마는 제 마음에 쏙 듭니다. 
더불어 서울에서 한가한건 사치였지만… 이곳에서 한가한건 일상입니다. 
아직 3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하루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자리잡혀갑니다.

- 항구 풍경

 


위의 사진이 산책의 터닝포인트인 항구입니다. 오른쪽 끝에 보이는 것이현재까지도 활동하고 있는 활화산 사쿠라지마입니다. 
활화산이라고 말하면 매우 위협적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화산이 주는 혜택에 감사하고 살아가는 느낌입니다. 
외출시에 종종 화산재가 날라와 얼굴에 달라 붙고 눈에 들어가는 일은 짜증나지만… 
화산재가 쌓인 비옥한 토양에서 자라난 무, 고구마 등의 농작물은 맛이 아주 좋다고 합니다. 
농작물의 풍요로움은 자연에서 받는 두려움이전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하는 모양입니다.
아래 사진들은 산책길에 만난 풍경들입니다.

- 사쿠라지마





- 가고시마 중앙역
* 중앙역의 대관람차는 이곳말고도 일본 지방 여기저기에 많이 설치되어 있는데… 
   도토리현에서 관광사업으로 시작한 대관람차가 인기가 좋아지자, 
   여기저기 지방에서 따라 만든것으로 거의 운영을 안하는 듯합니다. 
   돌아가고는 있긴한데 타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게 어쩐지 예산 낭비를 좋은 예를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노면전철
* 가고시마의 노면전철은 100년이 넘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계단을 오르내지 않아도되고 창밖풍경도 볼수있어서 노인분들이 쉽게 이용하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 가고시마 명물 카루깡
* 카루깡은 우리나라 증편같은 빵인데..  
  그안에 단팥 또는 슈크림등이 들어있어 매우 달고 맛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달아서 한번에 두개는 못먹는다는 슬픔이...





-  졸업을 앞둔 아이들이 그린 초등학교 담벼락




2. 게스트하우스 리틀아시아



위클리하우스(1주또는 1달 단위로 계약하는 렌탈하우스)를 검색하다가 발견한 게스트 하우스.  

그땐 하루에 1500엔이라는 금액을 보고. 
‘와 진짜 싸다… 1500엔으로도 묶을 곳이 있구나 ...’ 정도만 생각하고 나와는 상관없는 곳인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땐 한달에 약 6만 5천엔 정도하는 아늑한 나만의 공간, 위클리하우스에 살 수 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병원비와 기타… 여러가지 일들로 여행비용은 점차 줄어들어… 
200만원도 채 되지 않는 비용만 남게된건 이제 비밀로 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네, 미쳤습니다.
떠나고는 싶은데 통장잔고는 안된다고 말하고, 주변에서는 언제가냐고 물었습니다.
회사생활 연장으로 작년 7월이었던 여행은 12월로, 그리고 2013년 1월, 2월로 계속 미루어 놓았는데.. 
지난 10월말 생각보다 회사생활을 일찍 정리하게 되어 
아늑한 나만의 위클리하우스도, 생각해 두었던 아르바이트자리도 이제는, 지금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떠나지 않은면 남겨둔 몇푼 안되는 돈마져 사라질까봐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야무지게 돈을 모으지 않은 사람도 나.  계획을 미룬것도 나.
여행을 가고싶은 것도 나. 회사를 그만둔것도 나인데…
누구를 원망하겠나요... 하하... 그저 웃지요.

아늑한 나만의 위클리하우스도 포기, 여유로운 2달간의 아르바이트 도전기간도 포기했습니다. 
이젠 케 세라 세라. 1월16일 비행기 표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런 계획없이 1월 16일 가고시마에 도착했습니다.

기다리는 사람이 없으니 제일 마지막에 입국심사를 받고,
까다롭게 구는 입국심사관의 물음에도 길게 대답합니다. 실은 공항밖으로 나오면 어찌할까 별 생각이 없었으니까요. 
어찌됐는 시간을 끌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공항에 나와 가고시마 시내로 향하는 버스를타고 가고시마 시내에 도착했습니다. 
주변엔 높은 비지니스호텔들이 가득했지만… 가능한 저렴한 곳을 찾았어야 했기에… 
배낭은 매고 트렁크는 질질끌며 잠시 스쳐지나갔던 리틀아시아를 무작정 찾아 헤매었습니다. 
대략 이근처겠지 싶은 곳에서 물어물어 1시간정도 주변을 배회하다 리틀아시아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자는 받아주지 않는게 사회인가요..? 
예약을 하지 않았고 만실이므로 너를 받아줄수 없다는 주인장의 말에 어깨가 부서질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아쉽고 허망한 발걸음으로 비지니스호텔체인점인 토요코인을 향해 걸었습니다. 
두블럭을 지나  토요코인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뒤에서 누군가 다정하게 나를 불렀습니다.
“호상?” 이 목소리는 아.. 냉정하지만 다정한 리틀아시아의 주인장이십니다.
방금 전화가와서 6명의 여자들이 예약을 취소했다며 어여오라는 것입니다.
와… 나 이렇게 쉽게 풀려도 되는 것일까요? ‘달려와 주어 고마워요 주인장’

그렇게 묵게된 이곳 리틀아시아의 잠자리는 너무 편했습니다. 
떠나기 이틀전 발병한 위장염과 여행의 긴장으로 깊게 잠들지 못했는데 
첫날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16시간 을 내리 자버릴정도 였으니까요. 

둘째날 부터는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한, 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사전에 나오지 않는 일본어를 가르쳐주시는 마스터 ‘팡상’, 
어딜가나 꼭있는 한국인, 부산의 애땐청년 ‘김상’,
일본어를 영어발음으로 말하는 러시아 아저씨, 
조용하지만 다부진 이름모를 같은방 일본 여자, 
춥다면서 핫팬츠와 반팔 배꼽티를 입고 자는 캐나다 금발머리 여자 정도가 있습니다. 

모두 아직 친한건 아니지만 아침을 먹거나 저녁을 먹을때 함께  앉게 되면
 ‘팡상’이 본능적인 호스트 기질을 발휘해 즐거운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 그리고 체류카드를 만들고 통장을 만들때 필요한 일본주소와 전화번호를 여기서 대주었습니다. 

여긴 말로 설명할 수없을 정도로 소중한 공간입니다.
누군가에겐 하룻밤 스쳐지나가는 저렴한 숙소이고 누군가에겐 꿈을 열어주는 집이며 
또 누군가에겐 친구를 만들어 미팅장소이기도, 문화를 이어주는 문화교류의 장이기도 합니다. 
언젠가 누군가 가고시마를 여행하고 싶다고 하면 꼭 이곳에 머물러 보라고 말하고 싶네요. 

아무튼 여기 가고시마 리틀아시아에서 나는 잘 있습니다.


3. 소식하지 않은 일본인

 





위의 글이 길었습니다. 이번것은 짧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일본인은 소식하지 않습니다. 
허기진 여행자도 한그릇을 다 못먹는데 일본인들은 남기질 않습니다. 
미스터 도넛에서도 도넛을 하나만 먹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건 모두 말랐습니다… 어째서죠…?

  
4.가고시마시민이 되었습니다.       







위의 게스트하우스 글에도 적었지만 체류카드와 국민보험증, 통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말은 즉슨… 저는 이제 가고시마 시민이 되었다는 거지요. 
가고시마 시청과 우체국 직원 모두 일본어가 짧은 나 때문에 고생하면서도 모두 나에게 잘 도와주지 못하고 한국어를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속으로는 뭐라 욕할진 모르겠지만…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 뒤통수가 간지러웠습니다. 
이제 쓰레기 분리수거 요일과 지진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도 숙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래사진의 오른쪽 파란색으로 표기된 온천과 동물원등을 일주일동안 무료로 이용할수 있다고 합니다. 
조만간 다녀와서 또 이야기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모두 그때까지 

안녕히계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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